확정 판결 이후, 종중은 어디로 가야 하나
“임원 교체”를 넘어 종원의 뜻이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종중 정상화 논의, 이제는 ‘절차’가 중요해졌다
전첨공파종중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종원 사회 내부에서는 “확정 판결 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종원들은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곧바로 종중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원등지위부존재확인 소송은 현재 임원과 대의원의 지위를 다투는 절차일 뿐, 판결만으로 새로운 임원이 자동 선출되거나 종중 운영 체계가 즉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종원연대 측 설명 영상 역시 바로 이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를 넘어, 앞으로 종원의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50~70대 종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종중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종중 운영 공백과 내부 피로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가”라는 질문
전첨공파종중의 과거와 현재의 종중 운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그동안 종중 운영 과정에서 실제 종원 전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특히 직선제 선출대의원 구조와 임원 선출 과정에서 일부 종원의 의견만 집중적으로 반영되는 현실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종중 운영에 참여해 온 임원·대의원들의 헌신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오랜 기간 종사를 위해 봉사해 온 분들의 노력과 책임감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여러 종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과도 비슷하다. 과거에는 소수의 적극적인 종원들이 종사를 이끌어가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넓은 범위의 종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비대위 활동의 의미와 한계
전첨공파종중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도 함께 나왔다.
비대위가 종중 변화의 필요성을 외부에 알리고 실제 행동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종중 문제를 공론화하고 법적 대응까지 이어간 부분은 분명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회칙이나 공식적인 의사 규합 절차 없이 일부 핵심 인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비대위가 실제로 전체 종원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모으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논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심은 특정 단체를 비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종원의 의사를 얼마나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수렴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정 판결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문제
많은 종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은 확정 판결 이후의 절차다.
종원연대는 확정판결 이후 여러 주체들이 법원에 임시대표 선임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후 법원이 중립적인 변호사를 임시대표로 선임하고, 그 주관 아래 임시총회가 열리는 방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과정이다.
임시총회가 열리더라도 종원들의 의견이 사전에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실제 의사 반영은 또다시 일부 적극 참여자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종중 규약 문제와 임시총회 개최 방식은 앞으로 상당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행 규약 체계가 현재 종중 현실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의견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길어질 경우 종중 정상화 자체가 수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종원연대가 말하는 ‘의사 규합’ 방식
종원연대 측은 자신들의 목적이 특정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핵심은 “종원의 뜻을 투명하게 모으는 구조”를 만들자는 데 있다는 입장이다.
설명에 따르면 종원연대는 유튜브 영상과 설명 자료를 통해 안건을 공개하고, 각 종원이 자유롭게 찬반 의견을 밝히도록 한 뒤 그 결과를 정리해 직무대행자·임시대표·법원 등에 전달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즉, 종중 운영 과정에서 종원의 의사가 기록되고 남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는 단순한 여론 형성이 아니라, 향후 임시총회나 종중 운영 과정에서 “실제 종원들이 무엇을 원했는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누가 임원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
이번 영상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종중의 미래는 단순히 임원이 바뀌는 문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원의 의사가 실제로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만 바뀔 뿐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대로 말하면, 종원의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하고 기록하는 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누가 임원을 맡더라도 갈등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중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세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라는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갈등의 승패보다도 “어떻게 종원의 뜻을 공정하게 반영할 것인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